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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협약형 특성화고'의 역설… 현장 무시한 '단일화' 압박에 학생도 학교도 멍든다.

작성자: 관리자 (admin) | 날짜: 2026-05-24 11:24:00 | 조회: 53

[특집] '협약형 특성화고'의 역설… 현장 무시한 '단일화' 압박에 학생도 학교도 멍든다

융합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는 실패한 학과 개편의 재판(再版) "학생 만족도 높은 학과 없애고, 고등학생이 자율주행 SW 만들라는 격" 현장 한숨

교육부가 지역 완결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협약형 특성화고’ 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역 주력 산업에 맞춤형 인재를 기른다는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학교의 다양성을 말살하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획일적 행정 편의주의"라며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엇박자 정책이 낳은 독소 조항, '단일 산업·단일 전공'의 덫

가장 큰 문제는 협약형 특성화고로 지정받기 위한 ‘조건’에 있다. 현행 구조상 여러 학과를 보유한 종합형 특성화고가 이 사업에 신청해 선정되려면, 기존 학과들을 과감히 폐과하거나 하나의 단일 산업, 단일 전공 체제로 전면 개편해야만 한다.

선정이라는 '당근'을 얻기 위해 학교들은 오랜 기간 지역 내에서 기능해 온 멀쩡한 학과들을 강제로 통폐합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이는 결국 특성화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들과 재학생들의 학과 선택 폭을 극도로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할 교육 정책이 도리어 진로의 문을 좁히는 ‘역설’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실패가 예견된 잔혹사… "과거 ‘미달 사태’ 눈감고 똑같은 실패 반복하나"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참담하다. 익명을 요구한 A 특성화고 관계자의 증언은 현 정부 정책이 얼마나 탁상공론에 치우쳐 있는지를 정조준한다.

현재 소프트웨어과와 자동차과를 함께 운영 중인 이 학교는 최근 자동차 산업 중심의 '협약형 특성화고'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기존 소프트웨어과를 자동차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한 학과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실패했던 과거로의 퇴행이라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도 유사한 취지로 '자동차IT과'로 개편했다가 신입생 미달 사태가 나는 등 학교 전체가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며, "과거 실패의 아픔을 겪고 간신히 지금의 '소프트웨어과'를 만들어 학생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고 있는데, 왜 또다시 실패가 뻔히 보이는 길로 돌아가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현재 소프트웨어과에 입학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수준입니다. 왜 검증된 성공을 버리고, 실패했던 과거의 유령을 다시 불러내려 합니까?"

  • 특성화고 관계자 기탄

"자율주행 SW를 고등학생이?"… 시장 현실 모르는 무지한 융합

현장 전문가들은 '자동차와 SW의 융합'이라는 구호가 가진 치명적인 현실 괴리도 꼬집었다. '자동차 SW'라는 거대한 담론은 존재할지언정,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접근 가능한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SW 분야가 있지만, 이 역시 고졸 취업 희망자들이 진입하기에는 시장 규모 자체가 터무니없이 작다. 결국 이 안일한 융합 학과의 종착지는 '취업 절벽'과 '진학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사업 신청을 추진하는 주체들이 산업의 깊이와 고졸 인력 시장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협약형'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합쳐 놓으면 그럴듯해 보인다'는 식의 얄팍한 계산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예산에 눈먼 졸속 추진… 교육의 본질을 되찾아야

정부의 예산 지원과 타이틀에 매몰되어 백년대계여야 할 교육이 졸속으로 흔들리고 있다. 성공적으로 안착해 학생들의 사랑을 받는 학과를 단지 '지원 요건'에 맞추기 위해 짓밟는 것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특성화 교육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교육부와 각 학교 당국은 서류상의 '융합'과 '단일화' 압박을 멈춰야 한다. 현장의 경고를 무시한 채 불도저식으로 추진되는 협약형 특성화고 정책은, 결국 제2의 신입생 미달 사태와 취업 난민을 양산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